마뇽님의 작품
무지렁이
반반한 미모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팔도 부자들에게 사기를 치며 살아가던 이령. 평생 남들을 속이면 속였지, 자신은 절대 속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철석같이 믿었던 패거리에게 배신을 당해 관군에 붙잡히고 만다. 남은 건 곤장과 옥살이뿐인 그녀 앞에, 마지막 한 줄기 빛 같은 사내가 나타났으니…… “곤장 대신 맞아주면, 내 색시가 되어 주겠다는 거요?” 이령은 마지막으로 이 곰 같은 사내를 이용하기로 한다. 그런데…… 무지렁이 사내의 아래에서, 어쩌다 이령 자신의 몸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리고 있단 말인가. 분명 그 사내가 모아 놓은 돈만 챙겨서 떠나려 했건만, 뺨까지 붉혀 가며 제 스스로 저고리의 고름을 풀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색야 단편선] 용왕님의 승은
“지렁이 같은 것.” 그게 늘 연이 주인에게 듣는 말이었다. 연의 주인은 동쪽의 수호신인 청룡이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순혈주의 용. “너는 내가 없으면 바로 죽는 걸 알고 있지?” 물뱀의 수명은 고작해야 10년. 10년짜리 연이 100년도 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청룡이 기를 나누어주기 때문이다. 청룡이 없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수밖에 없는 연으로서는 미우나 고우나 이 청룡을 잘 모시며 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날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잔뜩 취한 청룡의 옷을 벗기던 연이 그만 청룡에게 홀딱 잡아먹히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취중에 벌어진 일이라 이 놈의 청룡이 기억을 못한다. 준 놈은 기억도 못하는 승은을 받고 만 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순혈주의 청룡은 지렁이, 아니 물뱀이 제 정을 받아 임신까지 덜컥한 것을 알게 되면 당장 요절을 내려고 할 텐데, 이를 어찌해야 하나. 숨겨야 한다. 임신 사실도 승은 사실도 숨겨야 한다. 하지만 숨기면 숨길수록 점점 청룡은 연을 수상하게 여기고. “어떤 놈의 새끼를 밴 것이냐?” 마침내 연은 임신 사실을 들키고 마는데.

[선비 단편선] 선비 보쌈
"선비님, 오늘 하룻밤은 제 서방님이 되어주십시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명문 양반가에서 태어나 나이 스물에 장원급제까지 한 그야말로 1등 신랑감 '수운'.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그에게 구애가 쏟아지지만, 정작 수운은 여자에게도, 혼인에도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유유자적하며 단아한 선비의 삶을 보내던 수운은 보쌈을 당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에게 동정을 잃게 된다! 난데 없이 당해버린(?) 수운은 자신의 동정을 가져가버린 괘씸하고도 발칙한 여인을 찾아나서는데...!

[선비 단편선] 선비와 과부와 괴이한 것
선비 대호는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랄 만큼 영특하지만, 착한 심성 때문에 과거 급제를 매번 낙방한다. 매번 시험장 가는 길에 대호 앞에 나타나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느라 정작 10번째 과거 시험마저도 떨어지고... 이번에는 기필코! 과거 시험을 치루고 급제하리라 마음 먹은 대호 앞에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괴이한 것이 나타나 은밀한 제안을 한다. "내가 어떤 일이 생겨도 시험장에 들어가게끔 해주겠네. 그러니, 옆집 과부 맛 좀 보여주게." 대호는 그럴 수 없다며 망설이지만, 괴이하는 것은 초야도 치루기 전에 서방을 넷이나 보낸 박복한 과부 홍주 역시 사내의 손길을 원하고 있다며 대호에게 속삭이는데...!

백정
한양의 치외법권 지역인 반촌. 소의 도살을 업으로 삼은 백정들이 사는 곳. 어떤 죄를 지어도 이곳에 숨어들면 추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혼례조차 올리지 못한 시가는 역모죄를 뒤집어쓰고, 수연의 손을 잡고 도망치던 서방은 탈출을 위해 그녀를 반촌의 백정에게 팔아넘긴다. 별수 없이 백정과 혼례를 치른 수연. 집채만 한 덩치, 짐승의 피를 뒤집어쓴 백정의 모습에 수연은 겁에 질린다. 하지만 점점 백정의 다정함에 마음이 풀리게 되는데.... *** 단단하지만 또 부드러웠던 등. 꿈틀거리는 근육으로 가득했던 등. 벌어진 어깨, 억센 손. 커다란 암소도 칼질 한 번에 쪼개는 힘. 그런 사내가 자신을 범한다면…. [저 덩치를 보면 다 알지. 집채만 한 덩치에 소 잡을 때 근력은 또 얼마나 대단해? 그런 근력으로 밤일을 하면 아주…]

과부전
혼인하자마자 과부가 되어, 나라에서 열녀문까지 받은 '여흔'. 남편 없이 외로이 지내는 것도 모자라, 양자로 들인 아들 '인욱'을 애지중지 키워 한양으로 유학을 보낸다. 과거에 급제 해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던 인욱이 집으로 돌아 왔는데, 어쩐지 여흔이 원래 알던 아들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사내가 되어 돌아 온 인욱의 모습에 여흔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게 되고... 게다가 인욱 또한 여흔을 업어준다 하지 않나, 어깨를 주물러 준다 하지 않나, 급기야는 목욕을 하는데 등을 밀어주겠다며, 묘한 행동으로 여흔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저 청년은, 아니 저 남자는 과연 자신의 아들이 맞긴 한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