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랩 스튜디오님의 작품
깽값 [연재]
이상한 채무 변제가 시작되었다. ‘다까쓰’ 불법 대부 업체 계장 구태검. 유일한 여자 직원, 경리 채희온. 상사와 부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들에게 변화가 생긴다. “할머니 병원비가 석 달 치 밀려 있어요.” “다른 데 알아봐. 오늘 당장 굶어 죽는대도 못 빌려 주니까.” 단칼에 거절했지만 희온의 처음 보는 약한 모습이 태검은 자꾸만 신경 쓰인다. 그러다 위험에 빠진 희온을 구해 주고 함께 술을 마시는데. 태검은 술에 취해 자는 사이 도둑맞듯이 입술박치기를 당한다. “……너, 씨발.” “왜 욕을 해요. 그렇게 별로였나.” 한참 후에야 그 입맞춤이 사무실 금고 비밀 번호를 알아내기 위한 수작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태검은 벼랑 끝에 선 희온을 차마 놓지 못한다. “받아 적어. 토씨 하나 빼먹지 말고.” 냅킨 쪼가리에 휘갈긴 세상 형편없는 차용증. 하루에 이만 원. 무조건 현금으로 변제할 것. “나는 내 돈 빌린 놈 지옥 끝까지 쫓아가.” 고단한 하루하루는 이만 원을 주고받아야 끝이 났다. 빚을 갚는 건지, 빚을 지는 건지 모를 시간들이 쌓여 가고. 그 시간들은 점점 그들의 삶에 깊게 자리하는데.

여우 덫
재수 없는 아이. 기억의 시작부터 인생은 늘 가혹했고, 스무살의 시작은 파산이었다. “서명해요. 이건 애기 까까 사 먹고.” 빚의 구렁텅이에 갇힌 나겸에게 손을 내밀며, 구원을 자처한 남자. “살 만해져서 신난 건 알겠는데 그래도 눈치는 봐야지, 애기야.” “…….” “좋게 말할 때 말 들어요. 그러다 큰일 나.” 이상하다. 흐드러진 꽃처럼 화사한 눈웃음을 매단 남자는 그저 예쁘기만 한데, 본능은 소리 친다. 피해, 그 남자는 위험해. 그러나 남자는 다정하게, 그리고 교묘하게 나겸의 빈틈을 파고든다. 예쁜 사람. 무서운 사람. 그럼에도 좋은 사람. “이제 나겸이 또 내 생각만 하겠다. 그치.” “…….” “괜찮아. 내가 더 많이 하니까.” 나겸은 알고 싶다. 이 남자는 나랑 뭘 하고 싶은지, 나는 왜 이 남자가 두려운지.
